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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거꾸로 돌아가는 이야기

이명박대통령의 재산 헌납, 곱게 보지 않는 이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장학 재단을 설립하고, 해당 재단에 자신의 재산 중 일부를 제외한 331억을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기부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존중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러한 일 자체를 곱게 볼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이유들이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세 가지만 들어본다면,




첫째로, 시기적인 문제다. 

'재산 헌납'이라는 이 카드는 대통령 임기 5년 내에 오직 '단 한번' 꺼낼 수 있던 카드였다.

그 카드를 지금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 거의 20%대 전후까지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해있었고

여당의 지지율이 제1야당의 지지율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던 차에서

조금 여당의 지지율이 상승한다는 느낌이 있던 시기다.


이 기세를 몰아 국면 전환용으로 사용한다는 느낌이지 않은가.

(실제로 한나라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제일 걱정하는 바는,

이러한 국면 전환용 카드를 꺼내든 직후라면

국민의 감정과 반하는 무수히 많은, 혹은 크고 작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둘째로, 재단 구성원의 문제다.

대통령이 출연한 청계 재단의 구성은

이사장 한 명, 이사진 아홉명, 감사 두 명의 총 12명이다.

기사 : 이명박 '청계재단'의 딜레마 (2009년 7월 7일, 프레시안)


이 12명의 인사가 '모조리' 이명박의 측근이다.

이사장인 송정호 설립위원장은 이명박과 고대 61학번 동기이자 대통령 취임준비위 자문위원이었다.


감사인 주정중씨는 지난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불법 대선자금 모금 사건인 '세풍' 사건에 연루되

이미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추징금 2500만원을 선고받은 사람이다.

기사 : [단독] 세풍사건 주역 ‘청계재단’ 감사로 (2009년 7월 9일, 세계일보, 네이트닷컴)


두 명의 감사 중 다른 한 명은 김창대씨는 지난 2007년 BBK 특검 당시

다스의 3대 주주로 이명박의 처남인 김재정과 이명박의 형인 이상은과 함께

주식회사 다스를 소유하고 있었다.

(당시 다스에서 BBK로 투자된 190억이 돈세탁 혐의를 받았으며,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 아니냐는 혐의도 받고 있었다.)

기사 : 이명박 후보 ‘BBK 무죄’라도 사면초가에 몰린다 (2007년 11월 18일, 뉴스타운)

기사 : <국감>이명박 후보 검증 국감...공세에 중점 (2007년 10월 17일, 뉴스캔)




언론에 알려진 청계재단의 이사진 9명은 다음과 같다. (가나다순)



김도연 (정권 초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고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

류우익 (정권 초기 대통령실장, 촛불 정국 당시 국면 전환용 인사로 사퇴)

문애란 (서비스산업 선진화 민관공동위원회 민간위원)

박미석 (정권 초기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 부동산 투기와 논문 표절 의혹으로 사퇴)

유장희 (대선 후보 시절 정책자문단 위원)

이상주 (큰 사위)

이왕재 (당선자 시절 황제 테니스 모임 연루)

이재후 (대선 당시 외부자문기구인 '국제전략연구원 이사장')


이런 구성이라면

자신의 돈을 '오른쪽 주머니'에서 꺼내서 '왼쪽 주머니'로 넣은 꼴밖에 되질 않는다.


장학 재단에 출연했지만,

자신의 의사대로 100% 휘두룰 수 있는 구성 아닌가.

게다가, 감사 조차도 제대로 이뤄질지가 의문이다.





셋째로, 재단을 통한 감세, 절세다.

비영리법인 소유의 부동산의 경우, 법인 자체 사용 목적이 명확한 경우에는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등을 면제받는다.

또한, 비영리법인에 증여한 재산의 경우는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단순히 감세, 절세를 넘어서, 추후 비영리법인인 청계가

장학 사업을 목적으로 학원을 설립한다고 해보자.


그리고, 그 학원 법인의 이사장으로 이명박의 자식들이 임명된다고 치면,

비영리법인의 투자로 인한 부의 승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단순히 예시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 전직 대통령들이 부의 세습 수단 혹은 비자금 수단으로 사용된 예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육영수 여사가 만든 육영재단이 대표적인 예이고,


비리의 온상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한다면

전두환이 만든 일해재단,

김대중 대통령의 아태재단까지도 예외가 아니다.

기사 : 육영재단 끝없는 '남매 쟁탈전' (2009년 3월 6일, 한국일보, 네이트닷컴)



또한 이러한 정황상의 의심되는 점들에서 유추해본다면

전두환의 일해재단처럼 '재단'이 아닌 뇌물 수수의 '제단'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도 있어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시각 자체가 무조건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 점은 물론 인정한다.

하지만, 그간 이명박 대통령의 전적들로 보건데

이것은 단순히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나 뿐 아니라 많은 수인 것 같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재산 헌납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자신의 이름으로 출연한 청계재단이 아닌,

이미 만들어진 무수히 많은 다른 장학 재단을 이용하는 방법이 하나가 있을 수 있겠으나

이는 이미 재단 설립 자체가 가시화 된 이상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하겠고,



청계재단을 꾸준히 유지할 생각이라면 이사진과 감사진을 자신의 측근들'만'으로 구성하는 것이 아닌

중립적이면서도 그간 비리에 연루된 적이 없는 깨끗한 인사들을 모시는 것이다.


또한, 재단에서 들어가고 나가는 모든 돈을 100% 투명하게 보여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기부 취지 자체는 충분히 보여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란 점 또한 잘 알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