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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거꾸로 돌아가는 이야기

안경환 인권위원장 사퇴, 충분히 예견된 일.



기사 : 안경환 인권위원장 전격 사퇴 (2009년 6월 30일, 한겨레)

2006년 10월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한 안경환 전 서울대법대학장이 사임을 밝혔다.

그가 국가인권위원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대외적 사퇴 사유는

오는 8월에 요르단에서 개최되는 APF(아태지역 국가인권위 포럼) 총회에서

새로이 개시될 ICC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의 회장 후보국과 후보자 선출이 이뤄지는 만큼

차기 인권위원장이 그 일을 도맡아 해주기를 바란다는 이유다.


아래는 그 전문 (원문 주소 링크)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후임자 임명 때까지 위원장 직무 대행은  최경숙 상임위원이 맡게 됩니다.

 

  다음은 안경환 위원장이 밝힌 사퇴의 변입니다.

 

드리는 말씀

 

  저는 제4대 국가인권위원장의 직에서 사임하고자 합니다. 통상의 상황에서는 임기만료일(2009. 10. 29)까지 복무하는 것이 도리이겠으나 오는 8월 3일부터 요르단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인권기구 포럼(APF ; Asia Pacific Forum of National Human Rights Institution)' 연례총회에서 2010. 3.부터 3년의 임기가 개시될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International Coordinating Committee of National Institutions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의 회장 후보국과 후보자가 선출되는 사실을 감안하여 조기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입니다.

 

  조속히 후임자가 임명되어 국민과 정부의 지원 아래 그동안 크게 손상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ICC 회장국직을 수임하여 인권선진국의 면모를 일신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재임 기간 동안 국제사회에서 나라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미력이나마 쏟았던 저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의 영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09년 6월 30일
안경환 드림






그런데, 사실 곱씹어보면

그의 사퇴는 (물론 그가 공식적으로 밝힌 사유도 있겠지만)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음에 틀림없어 보인다.


MB정권이 들어선 이후, 얼마나 많은 단체장, 기관장들이 교체되었는가.

스스로 '반쪽자리' 내지는 '소통이 안되는 정부'를 외치며 박차고 나가거나.

혹은 아무 말 없이 밀려 쫓겨난 이들이 대부분이지 않은가.



2008년 2월, 이명박정부가 임기를 집권하자마자 한 일인 정부부처 구조 조정이 끝나기 무섭게

2008년 4월부터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들이 소속 국가기관 단체장들에게

일괄적으로 사퇴를 지시하거나, 또는 사퇴를 유도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노무현정부때 임명된 인사들에게 사퇴를 강요했다.


2009/01/30 - [다른 이야기/거꾸로 돌아가는 이야기] - [펌]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장 퇴임 인사 메일 전문


기사 : 대한체육회장 "구차하게 사느니 당당하게 죽겠다" (2008년 4월 26일, 오마이뉴스, 미디어다음)



그나마 크게 이슈화된 정도라면 정연주 전 KBS 사장 정도 뿐이고

그 다음으로라면 한예종 황지우 전 총장 정도가 이슈화되었을 뿐이다.

정연주 전 사장, 황지우 전 총장은 사퇴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임기를 채우겠다고 고집하자

양쪽 모두 세무 감사와 같은 사법적인 압력을 당해
 
아무 죄가 없음에도 결국 쫓겨난 행세가 되어버렸다.





국가인권위는 차마 그렇게 직접적 사퇴 강요는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대신 간접적으로 괴롭혔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의 인터뷰에도 그런 내용들이 묻어나오는 듯하다.

기사 : 안경환 위원장 “李정부와는 정말 소통이 안된다” (2009년 7월 1일, 경향신문, 네이트닷컴)



지난 3월엔 인권위 규모를 강제로 절반가량으로 축소를 당하기도 했다.



현 대통령이 취임한 지 벌써 1년 4개월, 대통령직 인수위가 구성된지는 벌써 1년 반이 넘었다.

게다가 국가인권위는 3부 (입법, 행정, 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기구인데

대통령에게 아직 한 번도 업무보고조차 할 수 없었다면

현 대통령이 인수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뻔하지 않은가.